유럽연합, 탈규제는 계속된다 경제

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2011.9.14자 기사 ' 유럽연합, 탈규제는 계속된다'를 퍼왔습니다.

지난해 9월 20일 브뤼셀, 루아가 샤를마뉴관의 알시드 드가스페리홀이 북적거렸다. 유럽단일시장 및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인 미셸 바르니에는 사적인 이야기로 회의를 시작했다. “몇 달 전 유럽집행위원직을 준비하면서 부서 직원들과 함께 장시간 근무할 때였지요. 부서장이 제게 ‘금융상품 투자지침을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전 금융상품 투자지침에 대해 확실히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바르니에 집행위원은 벼락치기로 공부했다.

유럽집행위는 금융상품 투자지침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상품 투자지침에는 4년째 유럽 증권거래시장의 규제 완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쟁 체계 구축’이라는 100% 신자유주의 논리에 기반한 금융상품 투자지침은, 유럽 지역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프랑스 같은 국가들에 대해 규제된 증권시장 안에서만 주식거래를 허용하는 ‘증권거래 집중화 원칙’을 폐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2004년 채택된 이 지침은 2007년 11월 1일 발효됐는데, 공교롭게도 이 지침이 법적 효력을 얻은 시기는 금융위기가 강타한 때와 맞물렸다.

‘금융상품 투자지침’이란 절대 교리

역사적으로 봤을 때, 증권시장은 상인과 정치지도자들이 상업시장 규제를 위해 만들어낸 통제 수단이었다. 1724년 문을 연 파리증권거래소도 존 로(프랑스에서 활동한 영국인 재정가)의 재정 체계가 무너지면서 파리 금융가 캥캉푸아에서 이루어지던 무분별한 거래를 막기 위해 세워졌다. 따라서 공식적인 거래소와 규제기관을 두어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형식상 평등관계를 세우는 한편, 거래경쟁 규제와 거래정보의 투명성을 확립하려 했다. 이런 고전적 모델을 대신해 금융상품 투자지침은 거래시장 간 경쟁체계를 수립했고(이에 따라 21세기 들어 증권거래소들은 민간기업화했고, 증권거래소 자체가 상장기업인 경우도 많아졌다), 불투명하되 거대 금융투자자에게 유리한 수의거래를 허용하는 사적 거래 수단들을 도입했다.

 

 

▲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1607-르 카라바조

새로 도입된 제도들 중 대표적인 것이 ‘다크풀’(Dark Pool) 이다. 규제의 틈새를 비집고 주요 금융기관들이 개발한 다크풀은 거래가격이나 거래량 같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매매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또한 ‘크로싱 네트워크’(Crossing Network)는 은행과 고객의 거래주문 간에 직접 매칭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금융상품 투자지침이 증권거래시장 간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거래 시스템들도 활성화되고 있다. ‘다자간매매시스템’(MTF)만 해도 유럽에 100개가 넘는다.

이 시스템들은 훨씬 완화된 조건으로 매매할 수 있게 해 거래비용을 낮춤으로써 전통적인 증권거래소들을 잠식해왔다. 브로커들은 예전에도 장외에서 대규모 거래를 몰래 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예외에 지나지 않던 이런 현상은 금융상품 투자지침 때문에 원칙이 되어버렸다. 2010년 이후 증권거래시장의 거래량은 총거래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1)

은행들로서는 규제 아래 있는 시장에서 벗어날 기회를 찾은 것이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등장한 대체거래시스템은 ‘차이엑스’(Chi-X)다. 차이엑스는 금융계 유명 브랜드들을 한데 모았는데, 리먼브러더스의 유럽시장 사업을 인수한 일본 노무라증권의 자회사 인스티넷을 비롯해 골드만삭스, UBS, 크레디스위스,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공격적 투기로 유명한 미국의 시타델펀드와 네덜란드의 옵티버펀드가 대표적이다. 이에 맞서 기존 증권거래시장은 주요 고객이자 경쟁자이기도 한 은행과 펀드사들에 거래수수료를 할인해주는 방법으로 고객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대신 소규모 증권 브로커들과 상장기업들에는 거래감독과 관련한 비용을 더 많이 부과하고 있다.

금융상품 투자지침으로 인한 첫 번째 부정적 영향은 수의거래와 규제 아래 있는 증권거래소 간의 경계에 혼란을 가져온 점이다. 투기 메커니즘에 대한 의회 청문회 때 도미니크 세루티 NYSE-유로넥스트 최고경영자는 이렇게 말했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우리 목표입니다. (중략) 우리도 그에 맞춰 적응해가는 것이지요. 다크풀과 다자간매매시스템이 합법적으로 도입되고, 이를 악용해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악한 투기꾼들이 활개친다면 우리도 똑같은 수법을 쓸 것입니다.”(2)

매매 주문과 관련한 수백 개 조처가 경쟁을 촉발하면서 증권거래는 분화됐고, 이에 따라 상장기업이나 규제기관들이 얻을 수 있는 시장정보도 크게 줄었다.(3) 부이그사의 마르탱 부이그 사장은 금융시장위원회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회사 주식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략) 거래정보가 불투명한 매매가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4) 아연실색한 의원들 앞에서 금융시장위원장은 한술 더 떠 이렇게 말했다. “이미 1년째, 우리 기관의 가장 기본적 책무인 금융시장 감독 업무 자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5)

주식 투기도 이젠 떳떳한 무한경쟁

이런 거래 시스템을 도입하고 전문 브로커를 고용하려면 거액이 들어가기 때문에 거대 국제기관 투자자 말고는 투자 여력을 갖춘 데가 없다. 또한 이들에게 고용된 탐욕스러운 전문가들이야말로 산발적 정보를 처리하고, 분화된 거래 시스템을 상대로 신속한 투기를 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맞출 수 있다.(6) 한 은행가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바와 같이, “증권시장은 더 이상 경제에 자본을 조달하지 않는다.

전문 투자자가 아마추어 투자자를 대상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수단일 뿐이다”.(7) ‘아마추어 투자자들과의 금융거래’란 한마디로 그들의 돈을 우려먹겠다는 것이다. 투기 전문가들은 기술적 우위 덕분에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추가 정보를 갖고 있고, 이를 통해 중소거래 전문가들과 아마추어 투자자들을 희생시켜 돈을 번다. 급격히 매매가 잦아지면 주가조작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지난해 5월 6일 미국 증권시장에서 다우존스가 한나절 만에 9% 넘게 하락했는데, 특히 P&G와 액센추어의 주가가 몇 분 새 급락했다. 미국 금융거래감독기관 2곳이 5개월에 걸쳐 조사를 벌인 끝에 사건일지를 발표했다. 캔자스의 한 브로커의 연산이 주가지수 내 7만5천 건의 선물계약을 자동으로 만들어냈고, 가격 상·하한선 지정 없이 자동으로 선물계약이 매매되면서 다른 투자펀드와 은행들의 전산망에 공황상태를 야기했던 것이다. 단 14초 만에 선물 계약이 2만7천 번이나 거래됐고, 가격이 폭락했다.

이런 사례는 최신 전산망으로 무장한 금융투자자들 사이에 경쟁이 일반화되면서 야기된 금융시장 조정 실패를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증권거래에서의 유동성을 절대시하는 현대의 기본 원칙이 문제된 것은 아니다. 유동성을 절대시하는 원칙 아래서 자본 보유자, 엄밀히 말해 자본관리 전문가는 이윤을 좇아 언제든 자유롭게 자본을 투자했다 회수했다 할 수 있다. 이런 투자 행위는 기업의 활동주기를 무시하고, 공공정책 시행자들과 국민에게 대처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즉각적인 시장을 강요한다.

기업·국가·국민 모두 피해자

금융상품 투자지침 검토와 관련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프랑스 재무장관은 프랑스 크레디스위스 사장이자 전 증권거래위원장인 피에르 플뢰리오에게 파리증권거래소의 공식 입장을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2월 공표된 보고서에서, 플뢰리오는 유럽연합의 규제(완화) 논리를 재확인했다. 유럽연합의 상황도 이보다 낫지 않다. 유럽연합 케이 스윈번의 입법 준비 보고서도 금융상품 투자지침의 부정적 측면을 열거했지만, 그렇다고 경쟁의 장점까지 문제 삼지는 않았다.(8)

글•폴 라뇨이모네 Paul Lagnea-Ymonet (파리9대학 사회학 교수) & 안젤로 리바 Angelo Riva (파리 유러피언경영대학 교수)

번역•김윤형 hibou98@naver.com

 

(1) , CFA센터, 2011년 1월.

(2) 도미니크 세루티와 파브리스 페레스의 청문회로, 유럽연합의회 조사위원회가 경제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투기행위 구조에 관해 질의. 국회, 파리, 2010년 11월, www.assemblee-nationale.fr. 

(3) 로랑 그리에 오베르, , 레카이에시앙티피크, n°9, 파리, 금융시장위원회, 2010년 7월 9일.

(4) , 파리, 2009년 12월 17일.

(5) 조사위원회의 장피에르 주예 청문회, op., 2010월 9월 8일.

(6) 200여 증권 브로커들이 유럽시장에 존재하지만, 총거래량의 4분의 3은 영국 기업이 대다수인 상위 10개 기관에 집중돼 있다. 프랑스금융시장연합, , 2010년 1월 7일.

(7) , 2010년 11월 11일.

(8) 케이 스윈번, , 재정경제위원회, 유럽연합의회, 2010년 11월 16일.



P 깊은호수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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