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문가, “4대강 사업은 ‘미친 짓’” 환경

이글은 시사인 2011.09.02자 기사 독일 전문가, “4대강 사업은 ‘미친 짓’”에서 퍼왔습니다.

독일의 하천 전문가 베른하르트 교수(사진)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끔찍’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는 4대강 사업은 독일의 라인-다뉴브 운하보다 더 잘못된 일이다.

 

펜이 두 개라 다행이었다.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 교수(70·독일 카를스루에 대학 토목공학과)는 번번이 기자의 취재 노트와 펜을 끌어가 그림을 그렸다. 보가 어떻게 물을 썩게 하는지, 원리와 구조를 수식까지 동원해 단번에 그려냈다. 2시간 인터뷰를 마치니 11개 스케치가 남았다.

 

지난 8월13일, 경북 문경시 낙동강 35공구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사 현장에서 급류를 목격한 그가 급한 마음에 나뭇가지로 모랫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준설 때문에 유속이 빨라지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베른하르트 교수가 8월11~20일 민주당 등 4개 야당 의원들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일정 중 나흘은 남한강과 낙동강 공사 현장 20여 군데를 둘러보는 강행군이었다. 40여 년간 하천 전문가로 활동하며, 파나마 운하에 정책 조언을 하는 등 홍수·운하와 관련한 국제 컨설팅을 주로 해온 그에게 4대강 사업은 비용만 많이 들고(cost), 끔찍하며(terrible), 미친 짓(crazy)이었다. 인터뷰하는 동안 그는 이들 단어를 세 번 이상 입에 올렸다.

 

 

 

 

ⓒ시사IN 조우혜 독일의 하천 전문가 베른하르트 교수

지난 5월, 4대강 사업을 칭찬한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비판했다. 계기가 뭔가?

한국이 녹색 뉴딜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한다는 말에 관심을 가졌다. 하천 복원사업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다뉴브 강 국제 심포지엄에서 구체 정보를 접하고 의문이 들더라. 어떻게 봐도 하천 복원이 아닐뿐더러 하천 정비로도 분류할 수 없었다. 탄소 의존도와 생태계 파괴를 줄이려는 UNEP 글로벌녹색 뉴딜 목표와도 어긋났다.

 

4대강 사업 현장에서 ‘Unbelievable(못 믿겠다)’을 연발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이미 모든 게 완벽한데 뭘 정비한다는 건지 모르겠더라. 한국 강의 경관과 사람들은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정부 프로젝트는 끔찍했다. 아름답고다양성이 풍부한 강이 준설 때문에 파헤쳐져 있었다. 완만하던 경사면이 급격해지고 자연제방 등이 사라졌다. 호수는 다시 만들 수 있지만, 강은 다시 복원할 수 없다. 건설이 끝나면 생태계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물 확보, 수질 개선, 홍수 해결을 공사 이유로 들던데 전문가로서 모두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운하 건설과 다르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런데 당신은 4대강 사업을 계속 운하(canal) 사업으로 표현한다.

독일의 마인-다뉴브 운하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연쇄적인 보 건설이 운하의 핵심이다. 4대강도 다르지 않다. 강바닥의 형태도 운하처럼 깊고 가파르다. 독일 운하는 완전한 인공 수로다.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는 구간이 없고 인공 펌프로 움직인다. 운하 건설은 독일 역사에서 가장 비경제적이고 어리석은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영장’이라고 조롱받는다. 생태계도 엉망이 됐지만 운하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끝도 없이 들어간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사업으로 배를 불린 건설업자의 돈이 아니라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운하사업보다 한국의 4대강 공사가 더 최악이라고 평가했던데.

크고 살아 있는 강을 파괴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마인-다뉴브 강 운하는 이미 파괴된 작은 강을 깎고 파내 키운 거다. 본류의 살아 있는 강과 비교할 순 없다. 무엇보다 공사 계획기간이 짧은 게 걱정스럽다. 건설을 제대로 하려면 계획에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과거에 하천 정비사업을 해본 일이 있어서 안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그 길을 접었다(독일은 운하 171㎞를 건설하는 데 32년이 걸렸다. 634㎞ 구간의 4대강 사업은 2년 내 완공을 목표로 한다).

 

독일에서 운하 건설 당시 문제점이 예상됐다면 왜 막지 않았나?

당연히 주민들이 반대했다. 하지만 당시 바이에른 주 수상의 의지가 강했다. 소속 정당이 다수당이었고 안건이 통과됐다. 정치 프로젝트였다. 수상과 건설업자들의 커넥션을 두고 말이 많았다.

보 건설을 막아낸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

프랑스와 협약까지 맺었던 보 건설사업을 1976년 독일 시민의 힘으로 중지시켰다(프랑스는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에 수력발전 등으로 이익을 꾀하기 위해 운하 건설을 제안했다). 내가 사는 카를스루에에서 10㎞ 정도 떨어진 나우/노이부르크 지역에 보가 건설될 예정이었다. 바로 전에 건설됐던 이페츠하임 보 때문에 자연 저류지가 없어져 홍수 피해가 심각했다. 전문가 자격으로 공청회에 참석해 보 설치 이듬해부터 홍수가 잦아졌다는 걸 수치로 보여줬다. 무엇보다 주민의 반대가 심하고 강렬해 정부가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유럽에는 강 개발을 제한하는 기준이 있나?

유럽연합의 물관리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이 있다. 강의 현재 조건과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계획도 실행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그 지침 아래 각국이 보 설치를 지양하거나 없애는 추세다. 1990년대 말, 프랑스 루아르 강 유역에서는 보 2개가 제거됐다. 오스트리아 하인스부르크도 보 건설을 중지했다. 환경부가 연방정부 산하에 환경위원회를 만들어 전문가·주민 간 토론회를 마련하는 등 중재자 구실을 적극 했다. 환경부는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환경부가 4대강 사업에서 오히려 조력자 노릇을 한다고 들었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4대강시민조사단 제공 베른하르트 교수(오른쪽 세 번째)가 남한강 금당천의 ‘준설로 인한 역행침식’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독일에서는 하천을 다시 자연 상태로 되돌리려는 재자연화 작업이 활발하다고 들었다. 지난 100여 년간 하천 개발에 힘을 기울였다가 방향이 잘못된 걸 깨닫고 앞으로 100년은 강 복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최근 복원된 뮌헨 이자르 강이 대표적이다. 다뉴브 강 인근에도 인공 벽을 없애고 수변 국립공원을 만들었다.

 

라인 강을 4대강의 미래라 일컫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뭔가?

공사가 90% 진행됐다고 들었다. 이미 늦었다. 하지만 라인 강처럼 전 구간이 인공적인 건 아니다. 아직 강의 흐름이 남아 있다. 일단 보의 수문을 열어두고 충분히 토론을 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4대강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하려 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독일에 돌아가면 이번 현장 답사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다. 그거라도 참고해주길 바란다.



P 깊은호수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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