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숲의 종말 이끈 것은 곰팡이였다 환경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물바람숲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국제학술지 <지질학> 논문, "썩음병 곰팡이가 고생대 침엽수 죽음 주요 원인" 밝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스트레스 시달리는 현재의 숲도 비슷한 운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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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름기 말 전세계에 번창했던 수수께끼의 생물 리두비아스포로나이트 화석의 현미경 사진. 사진=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
 
고생대가 종말을 고하고 중생대가 시작하는 약 2억 5000만년 전의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은 지구 역사에서 가장 큰 멸종사태로 꼽힌다. 삼엽충을 비롯한 해양생물의 95%와 육상생물의 70%가 이때 사멸했다.
 
육지에서는 번성하던 침엽수림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석송과 종자고사리가 차지했다. 근근이 살아남은 침엽수가 다시 출현하는 데는 400만~500만 년이나 걸렸다. 육지에선 무엇이 고대 숲을 파괴했을까.
 
2억 5000만 년 전 대량멸종이 벌어지던 시기에 세계의 숲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기후변화가 촉발한 나무를 죽이는 곰팡이의 습격 때문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이 연구는 당시에 세계를 뒤덮던 곰팡이가 현재 가장 널리 퍼져있는 리족토니아 토양 곰팡이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혀, 토양 곰팡이가 이미 온난화와 공해에 시달리는 세계의 숲을 황폐화할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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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름기 말의 초대륙 판게아 모습. 대륙 북쪽 시베리아에서의 대규모 화산 분출이 대멸종 사태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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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현무암 용암 지대의 현재 분포.


신디 루이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고식물학자와 네덜란드, 영국의 과학자는 미국 지질학회가 내는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지질학> 9월호의 미리 공개된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 ‘페름기 말 생물권 재앙을 곰팡이가 불렀나?’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
 
페름기 말 지구적 재앙을 부른 유력한 원인의 하나는 현재의 시베리아를 형성한 대규모 용암 분출 사태였다. 한반도의 10배 가까운 면적에 수천년 동안 대규모 현무암 용암이 흘러내렸다.
 
용암과 함께 배출된 유독가스는 산성비와 오존층 파괴를 일으켰고, 당시 오늘날의 대륙이 하나로 합쳐진 초대륙 판게아의 반 건조 적도 지역에 대규모로 분포하던 침엽수림에 치명타를 가했다.
 
지질학자들은 당시 지층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생물의 미세화석에 주목했다. ‘리두비아스포로나이트’라 불리는 이 생물은 페름기 말 숲의 죽음과 밀접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습지에 많이 사는 조류인지 죽은 식물을 분해하는 균류인지는 논란거리였다.
 
마크 셉튼 영국 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 등은 <지질학> 2009년 10월호에서 리두비아스포로나이트 미세화석의 탄소와 질소를 정밀 분석해 이 생물이 조류가 아니라 균류임을 밝혔다. 이들은 당시 판게아 전역에서 급격히 증가한 이 균류는 죽은 나무 속에 살면서 나무를 썩게 만드는 곰팡이의 일종이며, 당시 숲이 사멸하면서 먹을 거리가 급증한 것이 이 곰팡이의 번창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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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리족토니아 균사(왼쪽)와 리두비아스포로나이트의 균사. 2억 5000만년의 시차를 두고 있지만 유사하다. 출처=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이번 연구는 한 걸을 더 나아가 리두비아스포로나이트가 오늘날 식물을 공격해 죽이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리족토니아 곰팡이의 일종이라고 주장했다. 리족토니아는 현재 식물의 뿌리, 줄기, 잎 등을 썩게 만드는 가장 광범위한 썩음병을 일으키는 균류이다.
 
신디 루이 교수는 “오늘날의 숲 쇠퇴 양상에 비춰 볼 때 페름기 말 재앙 기간 동안 폭넓은 나무의 소멸을 가속화하는데 이 곰팡이 병이 핵심적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가 5일 낸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고생대 침엽수림을 끝장낸 곰팡이가 단지 죽은 숲 덕분에 먹이가 늘어나 번창한 것이 아니라 숲을 파괴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페름기 말 번창한 것이 곰팡이라면 왜 어떤 곰팡이의 균사와도 닮지 않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번 연구는 이런 문제를 정상 상태의 균사가 아닌 휴면중인 균사를 비교함으로써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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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두비아스포로나이트 균핵의 화석 모습. 현생 리족토니아 토양 곰팡이의 균핵과 유사하다. 출처=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곰팡이는 실 모양의 균사를 뻗쳐 지하에 폭넓은 네트워크 구축하는데, 숲에서는 나무뿌리와 공생을 한다. 균사는 곤충의 외골격 성분인 키틴으로 이뤄진 일련의 세포인데, 균사가 모이면 서로 얽혀 균핵을 형성한다. 
 
균핵은 극한 상황에서 곰팡이가 생존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 구조이다. 그런데 현생 리족토니아 토양 곰팡이의 휴면 구조인 균핵과 리두비아스포로나이트의 균핵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다.
 
페름기 말 기후변화와 번창하는 곰팡이 균 때문에 침엽수림은 차례로 쓰러졌다. 토양을 붙잡고 있던 나무와 뿌리가 사라지자 심각한 토양 침식이 일어났고 땅속에 있던 균핵이 바다로 실려가 퇴적층에 쌓여 화석이 된 것이다.
 
논문은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든 육지 생태계의 불안정화와 토양 병원성 곰팡이의 공격성은 떼어낼 수 없는 페름기 말 세계적인 숲 쇠퇴의 요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제는 2억 5000만년 전의 상황이 먼 과거의 일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이른바 인류에 의한 ‘제6의 대멸종’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지금 비슷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공동연구자인 헹크 비셔 네덜란드 유트레히트 대 교수는 “숲 전체가 환경 요인에 의해 약해졌을 때 곰팡이 병이 내습하면 대규모의 조직 파괴와 나무의 죽음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P 깊은호수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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